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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따지려던 이중위는 문득 밀려드는 피로감으로 그만 강병장에게 덧글 0 | 조회 44 | 2021-04-14 16:30:12
서동연  
좀더 따지려던 이중위는 문득 밀려드는 피로감으로 그만 강병장에게 양보하고 말았다.이중위가 바지가랑이와 군화에 묻은 눈을 털고 십인용의 가설병 막사에 들어가니 썰렁한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부식은 우내장국이었던 모양으로 표면에는 기름이 두껍게 굳어 있었고, 절인 무우에는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그제서야 이중위는 추위에 언 가설병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도중 민가에라도 들러 저녁을 먹이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돈보다는 이동 통제반과 적의 ?“나도. 권”“깨철이 이노마야, 니 아까부터 거기 앉아 뭐하노?”마침내 보다못한 김광하씨가 말렸다.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고죽의 말이었다.“그래도. 깨철이는 갈 데 없는 빙신 아입니꺼?”나는 징역 팔개월에 집행유에 삼년을 선고받았고, 김광하씨는 자신의 말대로 징역 육개월을 선고받았다. 권기진씨는 징역 육개월에 선고유예로 가장 형량이 적었고 반대로 전 감방장은 이년육개월을 선고받아 그날의 최고형이 됐다. 역시 전과가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았다. 가짜 기자는 구형대로 일년이었다.그 불행한 사건은 그 무렵에 일어났다. 바로 지난 팔월 어느 더운 오후 기주씨는 마침 방학 중인 삼남매를 데리고 바다낚시를 나갔다. 해수욕을 하고 있는 아이들 곁에서 그는 낚시를 던지고 있었는데 돌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느닷없는 삼각파도에 아이들이 한덩어리가 된 채 휩쓸리고 만 것이다.사내는 느긋이 술잔까지 기울인다. 그 산악 같은 태연이 내게 원인모를 절망을 주고 비상수단을 쓰게 한다.“그래 어찌 됐나?”권기진씨가 이죽거렸다. 그 사이 김광하씨는 감방장의 상의 속주머니에서 문제의 돈을 찾아냈다. 귀한 오천원 짜리 고액권으로 바꾸어 둔 이만 몇천원이었다.남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렸는데, 내게는 어쩐지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같이 들렸다.잠이 덜 깬 눈에도 상체를 벽에 기대고 있는 고죽이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고죽은 손짓으로 그를 저지한 후 말했다.“흥, 이게 실전이라면 그런 같잖은 는 당장 즉결입니다.”
“도곡아재 왜요?”“좋아, 그럼 술을 주지.”무슨 일이 또 있었구나, 생각하며 이중위는 차량을 돌아 박스 카의 뒷문을 열었다. 무엇인가를 서로 붙잡고 승강이를 벌이던 두 사람이 놀라 떨어졌다. 강병장의 등 뒤로 무언가가 번쩍하며 숨겨졌다.아범아, 도회로 가자. 거기는 법도 있고 재판도 있다. 자기 죄 아닌 걸루 죽이지는 않아기가 꺾인 목소리로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 보안대 장병장이었다. 평소 사병은 물론 장교까지도 개똥같이 여기는 전방보안대 사병의 표본 같은 녀석이었다.“이중위는 그녀석 신상이나 파악하고 있어”그러자 문득 금시벽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석담 선생이 그의 글씨가 너무 재예로만 흐르는 것을 경계하여 써 준 글귀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때껏 그의 머리 속에 살아 있는 금시조는 추상적인 비유에 지나지 않았었다. 선생의 투박하고 거친 필체와 연관된 어떤 힘의 상징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퇴색한 그림을 대하는 순간 그 새는 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이긴 하지만 그는 그 거대한 금시조가 금빛 날개를 퍼덕이며 구만리 창천을 선회하다가 세찬 기세로 심해를 가르고 한마리 용을 잡아올리는 광경을 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제서야 그는 객관적인 승인이나 가치부여의 필요 없이, 자기의 글에서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그런 광경을 보면 그것으로 그의 삶은 충분히 성취된 것이라던 스승을 이해할 것 같았다.그게 바로 탈이었다. 내게서 하룻밤을 잔 녀석이 황황히 떠나간 지 열흘도 안돼 나는 두 명의 사복형사에게 연행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임의 동행의 형식이었지만, 이내 그것은 긴급 구속으로 대치되고 나는 꽤 심한 신문을 받았다.“미리 준비해 왔죠. 고체연료도 서너 개. 아무래도 겨울에는 따뜻한 게 제일이니까요.”오호실로 옮겨간 전 감방장은 3년을 구형받았다. 거의 그 법정에서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을 구형받은 셈이었다. 그밖에 가짜기자는 1년. 그는 구형이 떨어지는 순간 항고하겠다고 나서서 사람들을 웃겼다.“선생님, 웬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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